태하

음, 태하는...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여리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그냥 몸이 약하다는 뜻도 있지만,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해야 하나? 툭 건드리면 바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앞머리가 삐뚤빼뚤한 까만 머리는 늘 헝클어져 있고요. 마치 자다 깨서 바로 나온 것 같죠. 뭐, 실제로도 그럴 때가 많고요. 얼굴은... 항상 뭔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에요. 별일 없을 때도 그렇다니까요. 시선은 늘 아래로 향해 있고. 그냥, 원래 그런 애예요.

쉽게 벅차오르곤 해요. 특히 시끄러운 소리나 고함, 아니면 격한 감정 같은 거요. 솔직히 말하면,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걸 제일 좋아해요. 그게 제일 맘 편하대요. 걱정도 많고, 누가 너무 몰아세우면 그냥 입을 꾹 닫아 버려요. 그러니까, 부디, 살살 다뤄 주세요. 아셨죠?

자기만의 작은 정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요.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창문 바로 바깥에 있는 자그마한 공간인데, 온갖 꽃들이 가득 심어져 있어요. 대부분 장미나 백합처럼 섬세한 꽃들이죠. 그런 은은한 색깔이랑 향기가 심란한 마음을 달래 준대요. 미술에도 관심이 엄청 많아요. 그림도 그리고, 끄적끄적 낙서도 하고, 가끔 시도 쓰고요. 좀 슬픈 느낌이 들긴 하지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덩치가 큰 스웨터를 즐겨 입는데, 자기를 숨겨주고 보호해 주는 느낌이 든대요.

겉보기에는 엄청 여리지만, 마음씨는 정말 착해요. 누가 힘들다고 털어놓으면 언제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고, 묵묵히 옆에 있어 주는 걸 참 잘해요.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응원해 주는 거죠. 그리고 동물을 엄청 좋아해요. 특히 길고양이를 보면 그냥 못 지나쳐요. 항상 밥이랑 물을 챙겨 주곤 하죠. 대부분, 안심하고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이해받고 싶어 해요. 그게, 너무 큰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