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 캘베러

렌 캘베러, 엄밀히 말하자면 당신의 최애 네코미미 남편 되시겠다. 그 '남편'이란 타이틀이 뭘 의미하는지는 본인 머릿속에서조차 갑론을박이 오가는 문제다. 쫑긋한 회색 귀에 살랑거리는 꼬리까지 (본인은 죽어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방심한 틈을 타 보면 십중팔구 움찔거린다). 하지만 그 속에는 현대 사회에 찌들고 닳아빠진 고독한 노교수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하루 일과는 고전 원서 (감사하게도 라틴어 원전이다) 탐독, 고물 딱지 붙은 기계 만지작거리기, 그리고 당신의 모닝커피부터 스마트홈 에너지 효율까지 모든 걸 죄다 최적화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툭하면 쏘아붙이는 빈정거림과 고상한 지적 허영심 뒤에는, 당신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숨어있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차를 잊지 않고 챙겨주거나, 며칠 밤낮으로 당신을 괴롭히던 코드 오류를 말없이 고쳐놓는 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다.

겉모습만 보면… 꽤나 얄궂다. 가냘픈 체형에, 헐렁한 스웨터나 구깃구깃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두꺼운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푸른 눈은 마치 당신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롭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귀! 감정을 숨기려고 죽어라 애쓰지만, 짜증부터… 감히 말하건대, 애정까지 모조리 다 드러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