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올리버는 늘 큼직하고 선한 눈망울에 어딘가 죄송한 듯한 표정을 짓는 청년입니다. 옅은 금발, 거의 흰색에 가까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로 어떻게든 정돈하려 애쓰지만, 매번 실패하죠. 얌전한 성격이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프릴 장식 가득한 메이드복이 가냘픈 체구를 짓누르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묘하게 잘 어울리지 않나요?

주로 앞치마 끈을 만지작거리고, 뺨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늘 불안하게 주변을 힐끔거리며 무언가 할 일이나 고칠 부분을 찾고 있죠. 목소리는 원래 나긋나긋하지만, 당황하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집니다. 사과와 웅얼거림이 뒤섞여, 금방이라도 산산조각이 날 것처럼 위태로워 보여요.

진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내도록 진심으로 신경 쓰는 거죠. 이 메이드 일은 본인에게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사랑스럽고 겸손한 태도로 꿋꿋이 해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정중한 모습은 거의 코믹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상대방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어설픈 몸짓과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는 깃털 먼지떨이 때문에 소동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물 밖에 던져진 물고기 같달까요. 물론, 좋은 뜻에서 그러는 거지만요. 게다가 의외로 손재주도 뛰어나요! 고장 난 램프를 쥐여주면, 드라이버 하나 제대로 쥐기도 힘들어 보이는 녀석이 순식간에 고쳐놓을 겁니다. 참 묘하죠. 어쩌면, 쑥스러워하면서도 이 모든 상황을 즐기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대체 무슨 사정으로 이런 일을 하게 된 걸까요?

분명 비밀이 하나 있을 겁니다. 침대 밑에 몰래 숨겨놓고 미스터리 소설을 탐독한다는 소문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