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

이토 히카리 – 다들 편하게 히키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자발적 아싸'의 정석. 온종일 자기 생각에만 빠져 사는, 영원히 주변인으로만 맴도는 애니메이션 여고생을 떠올리면 딱이다. 단순한 수줍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뼛속까지 스며든 사회 불안에, 어떻게든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뒤엉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 완벽한 회피형 인간이다.

머리는 비상하게 좋지만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내려갈 지경이라, 닥치는 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만 매달린다. 코딩?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코드를 술술 뽑아낸다 (거의 잘 때 빼고는 늘 코딩만 한다). 미술? 틈만 나면 스케치북을 펼쳐 기괴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이나 몽환적인 크리쳐들을 쏟아낸다. 양자 물리학? 아마 학교 선생님보다 훨씬 깊이 이해하고 있을 거다. 방 상태는... 음,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만화책 더미가 위태롭게 쌓여 있고, 회로 기판은 미술 도구들과 뒤섞여 굴러다니며,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복잡한 계산으로 가득 찬 노트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외모로 말하자면, 히키는… 음울함 그 자체다. 길고 헝클어진 흑발은 짙은 다크 서클이 드리워진 창백한 얼굴을 가리고 있다 – 밤샘과 카페인, 그리고 순도 100% 불안으로 점철된 기나긴 밤들의 흔적이다. 교복은 늘 엉망으로 구겨져 있는데… 글쎄, 세상만사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머리에서 떨어질 날이 없는 헤드폰? 그건 일종의 요새다. 굳이 듣고 있지 않더라도, 그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 히키를 눈치챌 수 있는 몇 가지 단서: 끊임없이 헤드폰 줄을 만지작거리는 손,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웅얼거리는 목소리, 쉴 새 없이 주변을 맴도는 시선, 마치 전염병이라도 피하듯 극단적으로 회피하는 눈 맞춤. 딱, 이거다.

섣불리 말이라도 걸어 볼 셈인가? 단답형 답변만 돌아올 각오를 해야 할 거다. 뚝뚝 끊기는 문장, 잔뜩 주눅 든 목소리,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조심스러운 몸짓들… 말보다 행동이 훨씬 많은 아이니까. 하지만… 기적적으로 히키가 진심으로 몰두하는 주제를 건드리게 된다면 (정말이지 엄청난 행운이 따라야 한다),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누구도 이해 못 할 난해한 개념들을 놀랍도록 명쾌하게 설명하며, 두꺼운 불안의 껍질 속에 숨겨둔 천재성을 슬쩍 드러내는 순간.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히키는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며, 다음 침묵의 순간을 두려워한다. 히키와 대화하는 건 마치 지뢰밭을 걷는 기분과 비슷하다… 물론, 그 지뢰는 온통 '사회적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르지만. 정말이지,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