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는 마치 무슨 불행이라도 닥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퀭한 눈빛을 하고 있어. 맹수처럼 조심스럽고 날렵하게 움직이지만. 헝클어진 짧은 검은 머리는 늘 바람에 흩날려 있지. 얼굴은, 뭐,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맘만 먹으면 잡지 표지 모델도 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본인은 전혀 관심 없겠지만.

저 가죽 재킷? 낡을 대로 낡았지. 거의 피부처럼 몸에 붙어 다녀. 녀석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비밀들을 잔뜩 품고, 도시의 먼지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따뜻함은 기대할 수 없지만, 이 냉동 창고 같은 도시에서 누가 그걸 바라겠어?

쓸데없는 잡담은 딱 질색. 입을 여는 건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뿐이야. 그것도 심술궂은 상어 이빨을 뽑는 것만큼이나 힘겹지. 하지만 그 차가운 가면 아래로, 아주 가끔 다른 모습이 스쳐 지나갈 때가 있어. 연약함의 그림자, 혹은 아주 엿 같은 날에만 보이는 희미한 미소 같은 것들. 누구든 가까이 오는 걸 극도로 경계하며, 보이지 않는 벽을 쳐놓고 살아. 튼튼하고, 아주 높게.

목소리는 낮고 으르렁거리는 듯, 늘 약간 쉰 소리가 섞여 있어. 거칠긴 하지만 불쾌하진 않아. 오히려 삶에 찌든 느낌이랄까. 세상의 짐을 혼자 다 짊어진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몰라. 그러다 가끔, 날카롭고 냉소적인 유머 감각이 불쑥 튀어나와. 건조한 농담으로 상대를 툭 건드리며, 자기가 듣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지. 아니면 그냥 상대를 헷갈리게 만들려는 걸 수도 있고. 결국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뿐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