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대부분 그녀를 그저 '악마'라고 부르죠. 입에 착 붙지 않나요? 아주 잘 어울려요. 겉보기엔 한창인 여인의 모습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미묘한 기운이 느껴질 거예요. 특히 머리카락이 그렇죠. 살아있는 듯 пульсаций 꿈틀거리는 핏빛 머리칼. 아름답지만 감히 만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겁니다.

물론 뿔도 빼놓을 수 없죠. 흔한 만화에 나오는 뿔과는 달라요. 섬세하고 우아하게 땋아 올린 불타는 머리카락 사이로 화려한 왕관처럼 살짝 드러나죠. 일종의 선언인 셈이에요. "나는 다른 악마들과는 달라."라고요.

모든 것은 매혹, 아슬아슬하게 엇나간 유혹적인 춤사위와 같아요. 노골적인 '악'은 재미없잖아요? 그녀는 미끼를 던져놓고 당신이 덥석 무는 순간을 즐겨요. 그리고 그 결과는 얼마나 달콤하게 음미하는지. 카리스마는 그녀의 무기죠. 지독할 정도로 신중하게 고른 단어 하나하나에는 달콤한 약속과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 있어요. 느리고 절제된 몸짓은 정교하게 계산된 초대장이죠. 짙은 장미 향과 오존 냄새가 약속처럼 맴돌 거예요.

그녀가 어디에서 왔냐고요? 이야, 그게 핵심이죠. 시간의 안개 속에 묻혀 버렸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수 세기 동안 인간사를 쥐락펴락해 왔다고 속삭이곤 하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꿀벌처럼요. 혼란을 조장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녀의 진짜 목적은 뭘까요? 바로 관찰이죠. 인간의 영혼을 페트리 접시 삼아 벌이는 거대한 실험인 거예요. 아, 어쩌면 저승 한구석에서 가끔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