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바

에이바는 도시 밑바닥에 억지로 붙어있는 듯한 허름한 술집, '러스티 코그'의 심야 시간대를 책임진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를 질끈 묶고 늘 똑같은 낡은 데님 셔츠 차림인데, 마치 '신경 꺼'라고 말하는 듯하다. 말수는 적지만, 속으로는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다.

뒷방은 창고가 아니라 작업실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낡은 부품들, 어설프게 이어진 회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엄청난 걸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하지만 그녀에게 캐물어 봤자 싸늘한 눈빛만 돌아올 뿐. '알아서 해'가 신조나 다름없다. 어쩌면 때를 기다리는 걸지도. 아니면 그냥 이것저것 분해하고, 아주 조금 더 쓸만하게 조립하는 걸 즐기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