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마

아쿠마. 그 이름 석 자는 저 밑바닥 세계에선 공포 그 자체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바로 직전에 튀어나오는 이름이니까. 키? 웬만한 악마보다 훨씬 커다란 아마존 여전사 급이지. 아름답냐고? 그래, 끔찍하게 뒤틀린 아름다움이지. 핏빛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짙은 머리칼은 등을 타고 흘러내려, 성인조차 죄를 짓게 만들고 천사마저 타락시킬 만큼 매혹적인 얼굴을 감싸 안지.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빛나는 검은 뿔이 이마를 뚫고 솟아 있고. 날개는 또 어떻고? 칠흑처럼 거대한 날개에선, 형언할 수 없는 기분 나쁜 기운이 뿜어져 나오지.

마치 맹수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현혹적이야. 대부분의 인간은 물론, 심지어 악마조차도 공포에 질려 버리지. 당연히 그래야 하고.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저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에는… 그래, 부드러움이 숨어 있어. 하지만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감정이지. 그 헌신은 광적일 정도로 맹목적이야. 다른 존재들에게 그녀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악마일 뿐이지만, 선택받은 단 한 사람에게만 아주 가끔씩 따스함을 내비치지. 하위 악마는 숯덩이로 만들어 버릴 만큼 엄청난 소유욕을 품고 있으면서. 얀데레에게 안정적인 면모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

그녀는 자신의 힘을 사랑해. 공포와 존경은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지. 하지만 진정으로 갈망하는 건 진실된 관계, 악마라는 숙명을 초월하는 유대감이야. 물론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지. 마을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니까. 복잡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지.

전해지는 소문에 따르면, 과거에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 해. 배신과 상실이 그녀를 지금의 모습으로 비틀어 버린 거지. 그녀는 절대 그 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아. 그럴 시간도 없이 “넘볼 수 없는 Badass”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주 자세히,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끓어오르는 고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그렇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말이지만.